볼보 EX90이 한국 도로에 깔리기까지 정확히 얼마나 걸렸을까. 글로벌 공개부터 국내 정식 출시까지 약 3년 5개월. 같은 차를 들여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는 결코 짧지 않다.
그런데 올해 1월, 볼보는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다. 차세대 미드사이즈 전기 SUV EX60이다. 본사 공개는 끝났고, 유럽 인도도 곧 시작된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는 또 3년을 기다려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EX60은 EX90만큼 길게 끌릴 가능성은 낮다. 다만 “내년 봄”까진 아닐 수 있다는 게 솔직한 그림이다.
시차만 단순 비교하면 답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판단할 때는 몇 가지 기준을 함께 봐야 한다. 어떤 차는 1년 만에 들어왔고, 어떤 차는 3년 넘게 걸렸다. 그 차이를 만들어낸 변수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봐야 EX60의 시점도 가늠이 된다.
![]() |
| ▲ 볼보 EX60 / 사진=볼보 |
EX90은 왜 3년 반이나 걸렸을까
볼보 EX90의 월드 프리미어는 2022년 11월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됐다. 라이다를 루프에 얹은 첫 양산 볼보로 등장 당시 업계 분위기가 꽤 뜨거웠던 모델이다.
하지만 본격 양산은 계속 미뤄졌다.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였다. 중앙 디스플레이, 공조, 카메라가 통합된 새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아키텍처에서 초기 결함이 다수 발생했고, 볼보는 약 6개월가량 출고를 지연시키며 펌웨어를 다듬어야 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다. 글로벌 공개 시점이 곧 ‘차가 완성된 시점’은 아니라는 것. EX90은 공개 이후에도 양산 라인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고, 한국 도입은 그 안정화 이후로 한 박자 더 미뤄진 셈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결국 2026년 3월 24일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고, 4월 1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공식 런칭 이벤트를 열며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트윈 모터 플러스 7인승 1억 620만 원이라는, XC90 T8보다 1,000만 원가량 낮은 가격표도 함께였다.
정리하면 글로벌 공개(2022.11) → 국내 정식 출시(2026.4)까지 약 3년 5개월. EX90 사전계약 당시 가격 정책이 화제가 됐던 것도, 이 긴 기다림에 대한 답이 그만큼 분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EX60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EX60의 월드 프리미어는 2026년 1월 21일이었다. 볼보가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차세대 미드사이즈 전기 SUV를 공개한 자리다.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SPA3 신 플랫폼, WLTP 기준 약 810km대 주행거리, 그리고 구글 제미나이 기반 음성 비서. 셀 투 바디 구조와 메가 캐스팅까지 적용해 EX90보다 한 세대 뒤의 기술이 들어갔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생산은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서 이미 시작됐다. 유럽 고객 인도는 2026년 초여름부터, 미국은 늦봄~여름 사이 주문 접수가 예정돼 있다. 공개 후 한 달 만에 예약이 폭주해 볼보가 생산 물량을 추가로 늘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즉, EX60은 EX90이 겪었던 ‘공개는 했는데 인도가 안 되는’ 공백 구간을 거의 건너뛰고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어둘 게 있다. 유럽 인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곧 한국 출시도 빨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본사 양산 일정과 국내 도입 일정은 다른 트랙으로 움직인다. 인증, 통신 모듈,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볼보가 한국에 신차를 푸는 일반적인 시차
볼보의 국내 도입 시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순 평균값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도 표 아래에서 함께 짚어본다.
| 모델 | 글로벌 공개 | 국내 정식 출시 | 시차 |
|---|---|---|---|
| EX30 | 2023년 6월 | 2025년 상반기 | 약 1년 반~2년 |
| EX90 | 2022년 11월 | 2026년 4월 | 약 3년 5개월 |
| ES90 | 2025년 3월 | 2026년 내 도입 계획 | 약 1~1년 반(예정) |
| EX60 | 2026년 1월 | 미공개 | 관측 약 1년 반 전후 |
시차는 글로벌 월드 프리미어와 국내 정식 판매 개시일 기준. EX60은 발행일 기준 국내 출시 시점 미확정.
표면적으로는 ‘평균 2년 안팎’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평균만 가져다 적용하면 결론이 어긋난다. EX90이 유독 길었던 이유는 새 플랫폼·새 소프트웨어의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고, EX30이 비교적 빨랐던 건 기존 SEA 플랫폼 기반의 양산 안정성이 일찍 확보된 영향이 컸다.
즉, 어떤 차가 ‘플랫폼 데뷔작’이냐 아니냐가 시차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EX60은 SPA3의 첫 양산 모델이다. 이 점을 빼고 시차를 따지면 판단이 어긋날 수 있다.
그래서 EX60은 한국에 언제 들어올까
볼보자동차코리아는 EX60의 한국 출시 시점을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이 점은 분명히 해두는 게 좋다.
다만 합리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볼보코리아는 앞서 2026년 안에 EX90과 ES90을 차례로 들이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EX90은 4월에 이미 풀렸다. 다음 차례는 ES90이다. EX60은 그 뒤로 줄을 서는 모양새가 자연스럽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한국형 커넥티드 솔루션이다. 볼보코리아는 국내 출시 차량에 SKT와 협업한 음성 비서·통신 모듈을 입혀 들여오는데, 이 작업이 EX60처럼 새 플랫폼 차량에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EX90에서도 이 과정이 출시 시점을 늦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여기에 환경부 인증 일정까지 더해진다. 단순히 본사 일정만 보고 “유럽이 여름이면 한국도 곧”이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인증과 보조금 산정 절차가 통상 수개월 단위로 따라붙는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종합하면 EX60의 한국 도입은 빨라야 2027년 상반기,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는 2027년 중후반쯤이 유력하다.
![]() |
| ▲ 볼보 EX60 / 사진=볼보 |
EX90의 지연이 EX60에 주는 교훈
EX90 사례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공개됐다’와 ‘안정적으로 인도된다’ 사이의 거리가, 신세대 전기차에선 생각보다 멀다는 것.
EX90 초기 인도분에서는 중앙 디스플레이 먹통, 공조 오작동, 카메라 끊김 같은 보고가 해외 커뮤니티와 매체에서 다수 올라왔다. 캐나다에서는 소송까지 진행됐다. 볼보가 한국 출시를 2026년까지 미룬 데에는 이런 초기 결함을 한 차례 거른 뒤 들여오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60은 그 학습이 반영된 차다. SPA3 플랫폼은 EX90 양산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를 보완해 설계됐고, 볼보가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이번엔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첫 양산 차에서 이슈가 아예 없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 시장은 통상 본격 양산이 안정화되고 6개월~1년쯤 지난 시점에 도입을 검토해왔는데, 이 패턴이 EX60에도 적용된다면 2027년 하반기 전후가 가장 그럴듯한 시점이 된다.
지금 EX60을 기다리는 사람이 봐야 할 것
EX60에 마음이 가 있다면, 다음 세 가지를 흐릿하게라도 정해두면 된다. 검색해보면 기본 정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읽어내느냐다.
첫째, 올여름 유럽 인도분에 대한 평가. EX90이 그랬듯 EX60도 초반 6개월이 진짜 시험대다. 소프트웨어 안정성과 충전 신뢰도에 대한 첫 리포트가 늦여름~초가을에 쏟아질 텐데, 이 시점의 반응이 한국 도입 시기에도 영향을 준다.
둘째, ES90의 국내 출시 흐름. ES90이 언제, 어떤 가격으로 들어오는지를 보면 EX60의 국내 가격대를 짐작하기 수월해진다. 같은 SPA2/SPA3 계열에서 형제 차종들이 어떤 가격 구도로 자리 잡는지가 단서가 된다.
셋째, WLTP 810km라는 숫자가 한국 인증으로 어떻게 환산될지. 단순히 카탈로그 숫자만 비교하면 EX60이 압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증 방식 차이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 환경부 인증치는 WLTP 대비 10~20%가량 짧게 나온다. BMW iX3 사례에서도 비슷한 격차가 확인된 만큼, 마케팅 숫자와 실주행 수치 사이의 간격을 미리 감안하고 보는 게 좋다.
결국, 지금 어떻게 보면 될까
EX90의 3년 반은 ‘예외적으로 길었던 케이스’에 가깝다. EX60에 그대로 대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공개됐으니 곧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겠지’ 정도의 기대는 다소 빠르다. 볼보코리아의 도입 순서, 인증 일정, 한국형 커넥티드 솔루션 작업까지 감안하면 최소 1년 반은 잡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전기 SUV를 지금 꼭 결정해야 한다면, EX60을 기다리기보다 이미 한국에서 굴러가는 EX90이나 경쟁 모델을 비교 후보로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1~2년 더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EX60은 SPA3 세대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결국 EX60은 ‘기다릴 가치가 있는 차’이지만, 그 기다림이 짧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이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면 된다.
참고 출처
- 볼보자동차코리아 뉴스룸 — EX90 사전계약·국내 출시 공지(2026.3~4)
- Volvo Cars 글로벌 — EX60 리빌 라이브스트림(2026.1.21)
- 연합뉴스 — 볼보 ES90 국내 출시 계획 보도
- InsideEVs, 글로벌오토뉴스 등 EX60 스펙·생산 관련 보도

